30대 초반, 정말 사랑했던 사랑에 배신당하며 방황을 많이 했다.
30살이 됨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 당했다는 마음이 내 온 육신을 지배하던 그때.
좋아하던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결국 퇴사를 하고 방황했다.
사실 우리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사내커플이던 우리는 그렇게 나만 떨어져 나가면 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바람 핀 놈이었지만, 진심이란 이유로 날 자꾸 가둬두니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다.
사설이 길었다.
일이 전부였던 K-유교직장인이었던 나에게 갑작스러운 퇴사는 더욱 정신건강을 악화시켰고 방황은 해를 거듭했다.
취업을 하자니 자존감이 이미 바닥이었고, 업계로 돌아가자니 연관되어 있는 모든 인물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방황은 더해갔고,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알바몬을 뒤져 당장이고 할 수 있는 알바를 찾았다.
금정에 있는 화장품 공장 알바
문자로 지원하기 전부터 너무 떨렸고 가서 홀대받으면 어떡하지 등등 온갖 잡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지원했다.
팀장이란 분이 문자로 어디로 몇 시까지 오라고 안 내주셨고 오전 8시 30분까지 공장 문 앞에 들어섰다.
아르바이트 왔는데요~라고 하려는 순간, 이미 많은 어머님뻘의 직원분들이 우르르 들어가면서 이리로 오면 된다고 해서
얼떨결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뻘쭘한 것도 없었고, 처음 온 사람들은 공장 매니저라는 분 호명에 명단에 사인하고
바로 아침체조 라인에 투입하면 됐다 ㅎㅎ
나는 입 열면 세상 푼수인데 입 닫으면 도시스러운(?) 분위기를 뻗치고 있어서, 행여나 새침데기처럼 오해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여초집단에서는 웬만해선 먼저 말도 걸고 웃으면서 일하는 습관이 있는데
웃음도 장착 못했는데 바로 상자 접기에 투입됐다ㅎㅎ 앉을 틈도 없이 상자 접고 빠레트에서 상자 옮기고, 웃음을 상실했다. 나름 손이 빠른 인간이라, 신속하게 했더니 선택당했다. 바로 화장품 하단 제조년월일 불량 체크라인으로 갔다.
여기서도 한 손에 두세 개씩 필러 앰플 껴가며 확인했더니 또 잘한다고 선택받았다.
그렇게 한 달 좀 안되게 아르바이트했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이브날에도 했다.
알바 중 나만 나이 많으면 어쩌지 했는데, 아르바이트하러 온 집단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몇 명 직원이란 친구들이 알바들을 관리했고, 이 직원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했다고 했다.
나보고 언니 언니 하면서, 일도 잘 알려주고 굉장히 붙임성 좋고 화끈? 해서 분위기 메이커들 이였다.
그리고 어찌나 손이 빠른지 생활의 달인들인 줄 알았다.
쉬는 시간도 틈틈이 잘 줘서, 일하고 좀 쉬고 괜찮았다.
점심은 공장 근처 한식뷔페 같은 데서 먹었다.
어떤 날은 깔끔한 한식당, 어떤 날은 근처 옆 식당 등 번갈아 가면서 먹었다.
일도 일주일 차 되니, 손에 익어서 나도 웬만큼 박스도 잘 접고 라벨도 잘 붙이고, 심지어 박스에 필러도 담고 포장하고
웬만한 합 없이는 힘들다는 2인 1조 라인에 포장 업무까지 클리어했다.
손이 좀 느리면 눈총 받고 그래 보인다.
일 센스 없으면 어딜 가나 힘든 건 마찬가지라 태도라도 좋으면 우선 기본 먹고 들어가니, 주눅 들 필요 없다.
공장 라인에 들어가기 위해 머리에 흰 캡과 옷까지 입고 살균, 소독하며 라인도 타보고 찐한 공장 알바를 경험했다.
아르바이트비도 당일 주다 보니, 중독처럼 내일 일 가능하신 분~ 할 때마다 손을 들었다.
거기서 만난 한 동생은 PD 준비 중에 학원 다니며 등록금 준비하느라, 쿠팡 아르바이트하다가 여기까지 왔다면서
쿠팡 알바보다 여기가 더 꿀이라며 이야기해 줬다ㅎㅎㅎ 열심히 사는 모습에 괜히 기특하고 대견스럽기까지.
또 다른 동생은 사실 성소수자인데, 본 지 일주일도 안 된 나에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친구는 오죽 말할 때 없으면 본 지 얼마 안된 나에게 이렇게 털어놓을까 싶어서 더욱더 경청했고 공감해 주었다.
뭐 내 특기가 경청이니 가능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수당도 빨리 주고 밥도 주고 업무만 손에 익으면 좋은 알바를 왜 그만뒀나.
생각보다 단순 업무가 체질인데? 싶었지만 역시나 몸이 익숙해지니까 또 잡생각이 들고 박스 접다가 현타가 왔다.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앉아 안면 트고 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호구 조사 등등 ㅎㅎ
왜 아직 결혼 안 했냐, 이런 데서 알바 할 것 같이 안생겼는데 원래 뭐했냐~ 등등
다들 어쩐지 이런데서 일 안 할 것 같아~ 회사 꾸준히 다니지 어쩌고~ 나도 예전에 이런 일 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며 과거 이야기하다가 10분 땡 종 치면 다 같이 박스를 접고 필러를 포장했다.
뭔가 아주 씨~게 현타가 왔던 것 같다.
그리고 몇 시간을 앉거나 서서 반복되는 업무를 하다 보니 불필요한 야하고 자극적인 이야기, 험담에만 꽂히고
더욱 자극적인 이야기들만 반복했던 것 같다. 듣는 거 좋아하는 나였지만 진짜 감당이 안되고 이러다가 영혼이 피폐해질 것 같았다. 몸 힘든 건, 오른손을 하도 쓰다 보니 오른손과 어깨 아픈 거 3일 정도? 아파서 괜찮았지만 (평소 체력 좋음) 정신적으로는 걸러 듣지 않는 이상 매일같이 일 끝나고 곱창에 술? 그 여자가 어쩌고 저쩌고, 가슴 사이즈가 어쩌고~
이런 이야기들만 들어서 좀 버거웠다. 뭐 내가 일했던 기간에 유독 이런 이야기만 하는 분들만 계셔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ㅎㅎ
그래서 관뒀다. 내가 좀 멘털적으로 힘든 시기여서 저런 야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듣기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좋은 경험이었고, 두고두고 회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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